- 반값등록금: 사회가 대학에게 던지는 질문
- 관리자 |
- 2011-08-20 12: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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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우리학과 박승빈 교수님이 카이스트 동창회보 8월호에 기고한 내용 입니다.
반값등록금: 사회가 대학에게 던지는 질문
박승빈 <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공과대학 학장 >
SeungBinPark@kaist.ac.kr
미디어를 통해 듣는 뉴스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연결해 보면 나름 대로 연관성이 있는 사회의 커다란 흐름을 그려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반값등록금’, ‘공학인증’ ‘부실대학 퇴출’, ‘대학 법인화’, ‘특허 분쟁’,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의 단어 이다 반값등록금 이란 단어는 구글에 1380만번이나 나오는 유명한 단어이다.
이들 단어를 조합하면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은 "대학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질문이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라고, 우리 사회는 대학 혹은 대학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대학의 교육이 현재와 같은 등록금을 낼 만큼 유용한 것인가? 등록금을 반값으로 하면 어떨까? 대학도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처럼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지 인증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등등의 질문이 포함되어있다. 부실대학을 정의하는 기준을 교과부가 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재정상태, 졸업생의 취업률, 등등 우리가 흔히 기업의 활동을 평가는 기준이 많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법인화도 결국 대학은 더 이상 사회에서 독점적 지식창조 조직이 아니라 서로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조직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핵심 기능은 교육과 지식창조였다. 고등교육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국가경제를 일으키는 근간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대학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데 사회 구성원은 이의가 없었다. 위에 열거한 단어를 볼 때 이제 사회는 대학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대학이 사회로부터 받는 이런 종류의 질문은 기업이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에게 던진 질문이었고 대학이 애써 외면했던 질문들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의 교육을 위해 매 해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새로운 상품과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연구 활동이 필요하게 되었다. 기업이 연구에 투자하는 예산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모 대기업은 연구원들에게 "NSC" 저널에 페이퍼를 내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참고로 NSC 저널은 Nature, Science, Cell 저널을 뜻하며, 여기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상아탑 속의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로망이었다. 교육과 지식의 창조는 더 이상 대학의 독점적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도 대학에 대해 의구심의 눈초리는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학도 사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대학은 산학 협력단이란 조직을 통하여 지식재산을 관리하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의 유명대학은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기업에게 소송을 거는 경우도 보고 되고 있다. 국내 몇 대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학교의 수입을 늘리는 계획을 하고 있다. 정부 혹은 기업을 상대로 연구비 수주를 위해 능력 있는 교수를 영입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카이스트도 과거와 달리 교수들의 연구결과로 발생한 모든 특허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였고, 대형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상용화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로 볼 때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대학이 처해 있는 상황을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해 보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핵심기능과, 교육과 지식창출을 추구하는 대학의 핵심 기능이 충돌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과학 비즈니스 벨트는 상아탑과 기업이 하나의 캠퍼스가 되어 사회 전체의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미래형 기업/대학 하이브리드 조직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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